설녀와 결혼한 후배

서신2024. 9. 2. 14:25

1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oIK5Oug0

요즘 시대에 설녀라니 뒤떨어진 이야기 같지만 들어줘.

너네 같은 히키오타들도 결혼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르니깐.

 

2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oIK5Oug0

설녀랑 결혼한 건 내 도장 후배.

나이 상으론 그 녀석이 연상이지만 우리 도장에 들어온 건 늦어서 후배라고 불렀어.

내가 7살 때쯤인가 도시에서 이사 왔는데 오자마자 마을에서 안 좋은 소문이 돌았어.

텃세 같이 보이겠지만 왔을 때만 해도 정말 질이 나쁜 녀석이었어.

동네 양아치들한테 시비 걸어서 싸움 일으키는 게 취미였으니깐.

 

3 ;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Nt4mgPmO

설녀랑 결혼은 업계포상이지

 

4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rn3merKe

설녀님 예뻐?

 

5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oIK5Oug0

>>4

엄청 옛날 사람처럼 생겼어

예쁜지는 잘

 

근데 얼굴도 잘생기고 검도 실력도 뛰어나서 며칠 안 지나서 다들 그 녀석을 좋아하게 되었어.

예전에는 싸움 일으키고 다닌다고 얼굴 찌푸리던 어른들도 양아치들 선도한다고 격려하기도 했어.

어린 나는 인간의 양면성에 기분 나빠져서 그때부터 그 녀석을 싫어하게 되었지만.

제일 기분 나쁜 건 내 누나가 그 녀석을 좋아한다는 거였어.

작은 마을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두 사람이 붙어있는 것만 봐도 소문을 퍼트리니깐 나는 누나를 지키기 위해서 녀석한테 돌을 던지거나 했었어.

지금 생각해 봐도 후회는 안 하지만 www

 

6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Nt4mgPmO

와 성격 나쁜 꼬맹이네

 

7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Jr3nfPtI

아니 이미 윗사람을 후배니 녀석이니 부르는 것부터 성격 나쁘잖아 www

 

8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oIK5Oug0

후배가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 한번 실종됐던 적이 있었어.

1주일 정도인가.

들리는 소문으로는 집안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.

이전에도 자주 가출을 하곤 했는데 어째선지 이번에는 실종으로 여긴 건지는 모르겠어.

그 녀석한테는 꽤 좋은 형이 있었는데 형 쪽이 열심히 찾아 나서던 게 기억이 나.

그러곤 설날에서야 모습을 보였는데, 후배는

[여자를 만났어. 좀 바보 같아서 돌봐주느라 시간이 걸렸던 것뿐이야. 산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것 같으니 앞으로도 신세를 좀 돌봐주려고.]

라고 했다고 해.

 

9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Re3rJeo9

그건 인간이어도 위험한 거 아니냐

 

10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oIK5Oug0

우리 마을 뒤에는 꽤 높고 험한 설산이 있는데, 지금은 아무도 안 살지만 옛날에는 거기에도 사람이 살았던 모양이야. 집들이 꽤 남아있거든.

그래서 남아있는 폐가에 부랑자들이 들어와서 사는 일은 흔했어.

우리 마을은 전형적인 착해 빠진 시골이라 그렇게 찾아와서 사는 부랑자들에게도 친절했어.

그래서 그런지 후배가 그 이후로도 산을 자주 들락날락거려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어.

오히려 다들 마음을 고쳐먹었다면서 칭찬만 해댔지.

 

11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oIK5Oug0

그리고 고등학교 때 후배가 갑자기 산에 발길을 끊었어.

사정을 물어보니깐

[버림받았다.]

이 말 밖에 안 하고 다른 설명은 일절 안 해줘.

앞에 말했던 것처럼 얼굴 하나만은 반반한 남자야.

그런 녀석이 여자한테 버림받았다는 건 어쩐지 통쾌하면서도 잘 상상이 안 돼.

 

12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So4mgRet

>> 11

얼마나 잘생겼으면 계속 얼굴 이야기냐;

 

13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oIK5Oug0

>> 12

같이 카페 가면 매번 서비스로 조각 케이크 받는 정도

중학생인데도 시내에서 연상의 누님들한테도 헌팅받고 그랬어.

 

그 자식, 매번 학교 끝나면 바로 산에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는 날도 있었을 정도였으니깐

산에 가지 않으니깐 매번 누나랑 시간을 보냈어.

근데 이상한 점은 그 녀석이 떠나고 나면 누나 몸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어.

누나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해서 늘 잔병치레를 치르곤 했는데 그렇게까지 나빠진 건 처음이었어.

그렇게 상태는 점점 악화.

병원에 가봐도 원인 불명.

 

14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Rg4Jwr3r

>> 13

미남의 삶이란 건 무료로 케이크를 받을 수 있는 거구나…

 

15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oIK5Oug0

그래서 누나 고민 상담을 도장 선배한테 하고 있으니까 듣고 있던 후배가 갑자기 웃었어.

솔직히 빡치기보단 무서웠어.

내가 녀석을 싫어했던 건 녀석도 누나를 좋아하기 때문이었어.

근데 보통 좋아하는 여자가 아프다는 데 웃는 남자는 없잖아.

이상한 가치관을 가진 녀석도 아니야.

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바보 같을 정도로 똑바른 인간이야.

그날 도장 선배한테

[역시 XX 이상해진 거 같아.]

라는 메일을 받았어.

 

16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So4mgRet

좋아하는 여자가 병약 미소녀라면 포상이지 www

 

17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Jt3ngRoe

>> 16

이 새끼에 비하면 후배는 정상인데

 

18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oIK5Oug0

>> 16

ㄱㅊ 어차피 이런 녀석들만 모이는 스레라고 생각하니깐

기분 나쁘구먼

 

일이 터진 건 고등학교 졸업식 이후였어.

후배가 또 사라졌어.

집에는

[결혼할 상대를 정했어.]

라고 써진 편지만 남겨져 있었어.

근데 이상한 건 마을 밖을 잇는 버스 기사 아저씨는 후배를 본 적이 없어.

그럼 어디로 간 거야?

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후배의 형이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중얼거렸어.

 

19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oIK5Oug0

데려가 버렸구나.

 

20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fR3ngOer

결혼 축하해 후배 군

 

21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So4mgRet

팥밥 먹기도 전에 떠나다니 뜨겁구먼

 

22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oIK5Oug0

이후 나는 대학을 다니러 상경하고 누나도 좋은 사람과 만나서 결혼도 했어.

누나의 병도 점차 나아져서 이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야.

그렇지만 서로 그 후배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아.

미워한 만큼 매번 붙어 다녀서 그 녀석 없이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하나도 할 수 없어.

 

23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oIK5Oug0

그리고 저번 명절 때 누나를 만나러 고향에 갔을 때 후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.

우리 마을의 산의 집들 말이지.

사실 후배네 가문의 옛날 저택이었나 봐.

본가는 아니고 아직 가주가 되지 못한 결혼한 장남이 살던 집 같은 거지.

결혼을 하면 그곳으로 이사를 해서 사는 거야.

 

24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oIK5Oug0

그리고 그 가문의 장남 중에 조금 질이 나쁜 놈이 하나 있었는데 특히 풍속을 좋아했대.

근데 가문에서는 장가를 보내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서 정략결혼을 시켜버렸어.

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는 혼자 이 시골까지 와서 얼굴도 모르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았어.

장남은 결혼이니 후사니 귀찮아서 그 여자만 혼자 그 집에 보냈대.

부모에게 혼이 날 게 뻔하니까 시종들에게도 알리지 않았어.

 

25 : 이하, 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So4mgRet

후배네 가족 엄청 부자인가 보네 

 

26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oIK5Oug0

여자는 근데 계속 남편을 기다렸대.

서방님이 오시면 바로 볼 수 있도록 마루에 앉아서.

흰 시로무쿠를 입고….

그리고 지금도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였어.

그래서 산에 잘못 길을 든 남자를 자기 남편인 줄 알고 데려가 버린다고 해.

예전에는 요괴 취급을 해서 산에서 내쫓아보려고도 해 봤는데 전혀 먹히지 않았대.

그러다가 보니까 신 같은 것이 되어버려서 이젠 인간이 어쩔 수도 없어.

솔직히 거짓말 같지만 후배는 그때까지도 실종 상태였어.

 

27: 이하, 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eR3bgIgn

솔직히 나만 기다리고 있는 옛날 미인 스타일 설녀한테는 장가가고 싶다

 

28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oIK5Oug0

후배의 가족은 중학생 때 처음 실종이 되었을 때 전부 알고 있었대.

후배가 실종됐던 날 바로 신사에서 무녀가 와서 설명을 해줬다는 거야.

우리 마을에 있던 신사도 그 여자를 위한 거였는데 나는 마을에서 나고 자랐는데도 몰랐어.

무녀는 후배의 가족들에게 그 여자에 대해 설명해 줬대.

[동생 분은 안타깝게도 같은 성도 가지셔서 이번에 돌아오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습니다. 그렇지만 그분은 상냥하셔서 동생 분에게 해는 끼치지 않으실 겁니다.]

 

29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oIK5Oug0

근데 후배가 집안에서는 미움을 받고 있었던 모양이야.

아버지가 시큰둥하게 넘기고 마을에는 알리지도 않아서 형은 필사적으로 신사에 가서 매일 기도했대.

제발 한 번만 돌려보내주시라고.

그랬더니 돌아오기 하루 전 날, 형은 꿈을 꿨어.

어린 여자가 우물쭈물 대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더래.

[XX 군을 소중히 여기시는 거죠?]

형은 바로 이 사람이 그분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바로 간곡하게 부탁했어.

[제발 돌려주세요. 제 소중한 동생입니다.]

[그렇지만 제 저택은 너무 춥고 외로워요. XX 군과 살고 싶어요.]

신사까지 있는 신이 이렇게까지 어린아이 같다니 형은 좀 놀랬다고 해.

생각해 보면 자기 조상들이 이만큼이나 어린 여자를 색시로 데려왔다니 벌 받을만하네라고 생각도 했대.

그래서 형은 필사적으로 매달렸다고 해.

[그 아이는 당신의 신랑이 되기에 아직 너무 어립니다.]

 

30 : 이하, 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eW3hMrTe

설녀님아직남편입후보받습니까

 

31 : 이하, 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So4mgRet

합법로리설녀?

그 산 어디야

에베레스트?

 

32 : 이하, 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 eR3bgIgn

벌 받을 말만 하는 놈들 괜찮냐 www

 

33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oIK5Oug0

어쩐지 그런 말을 들은 그분은 엄청 고민하는 얼굴을 했대.

[그럼 눈을 주세요. 눈을 주시면 돌려보내 드릴게요. 그렇지만 그건 이번 한번뿐이에요. 다음은 없어요.]

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형이 고개를 끄덕이자 형의 눈에 입을 맞췄어.

소름 돋을 정도로 차가운 피부가 눈꺼풀 위로 닿았어.

그렇게 깨어났더니 아내가 동생을 찾았다는 소식을 전해줬다는 거야.

 

34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oIK5Oug0

아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라진 건 정말 결혼하기 위해서 간 거라고 생각한대.

무녀에게 찾아가 봐도 방도가 없다는 말만 했어.

자기가 너무 어려서 안된다고 했으니까 이제 성인이 된 후배는 데려가도 된다고 생각한 거겠지.

그게 저번 명절에 들었던 사건의 전말이야.

 

35 : 이하, 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oIK5Oug0

그리고 어제 고향에서 연락이 왔어.

후배 시신을 찾았다는 소식과

후배의 형이 원인 불명의 증상으로 실명되었다는 소식이야.

 

35 : 이하, 익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. : xxxx/xx/xx (月) ID: oIK5Oug0

너네도 눈을 바칠 수 있는 가족이 있으면 설녀랑 결혼하는 거 도전해 봐.

그 녀석 시체만큼은 꽤 평온해 보였대.

이상 끝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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